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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돈내산 후기/먹어보니 어때

초등 아이 데리고 연남동 소고기 화로구이(feat. 연남화로)

by 폴빵유나 2021.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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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1 아이데리고 연남동 가족데이트다.
20대 젊은 친구들 핫플레이스라 그런지 초등 저학년 아이가 끼어있는 그룹은 잘 보이지 않는다.
뭐 어떤가 아이 없던 시절엔 연남동이 이만큼 핫하지 않았던걸.. 하며 진작에 못가본 핑계를 대본다.
귀여운 소품샵 구경하고 예쁜 카페 찾아서 쉬기도 하고, 나름 약간은 더운 해뜬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중이다.
아이가 귀여운걸 좋아해서 소품샵 데려가니 목에 걸고온 용돈 지갑을 수시로 만지작댄다.

그렇게 군것질도 좀 하고 카페인 음료도 마셨건만 그래도 돌아다녔다고 이른저녁부터 출출해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추석 당일입니다.


가만보니 악조건이 겹쳤다.
오랜만에 긴 명절 연휴, 그것도 당일에 애매한 저녁시간인 5시 조금 전, 저학년 아이동반까지.
근사해보이는 파스타나 퓨전요리집은 이미 줄선곳도 있었지만 다리아프다 하는 아이를 데리고 줄서있긴 힘들것 같고, 아니면 세명가족이 앉아먹기엔 좀 민폐스러울것 같은 아담한 식당은 차마 들어갈 용기가 안났다.
그와중에 오랜만에 마트 장보기 목적이 아닌 바깥에 놀러나와 하는 외식이라고 흔한 배달되는 체인점은 가기 싫고.

오늘은 소고기를 먹어야겠다!

찍은시점은 먹고 나와섭니다.


세시간쯤 걸어서 돌아다니고 체력이 바닥나니 고기섭취를 하고 싶어졌다.
고기를 찾아먹는 스타일은 아닌데 화로구이는 또 땡기더라.
아직 밖이 환한 저녁 5시경 발견한 "연남화로"는 이제막 오픈하고 있는 듯 했다.

오 저기 연것 같은데 괜찮아 보인다. 가자.

밖이 아직 환한 저녁 5시입니다.

예약 하셨어요?


저녁 5시에 오픈하는 연남화로.
5시 5분전이라 열었나 싶어 기웃기웃 들어서니 직원같은 누군가 나와서 예약하셨냐 한다.
오 이런, 코로나 시국으로 너무 오랜만의 식당외식이라 예약문화 자체를 잊었다.
얼핏봐도 아무때나 가도 자리있는 동네 고깃집처럼 생기지 않았었는데 왜 이걸 몰랐을까.
그제서야 주변을 둘러보니 테이블마다 예약 팻말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여기 유명한 곳인가 아니 원래 화로구이는 인기가 많았었나.
어쩌지 다시 돌아다녀야 하는건가. 하는데 자리로 안내해주신다.
미리 예약하지 못한탓에 안타깝게도 화장실이 가까운자리다.

화장실 문인지는 다먹고나서야 알았다.


이 냉장고 그림이 붙어있는 문 옆자리다.
괜찮다. 어짜피 저게 화장실 문인건 다 먹고나서 알았으니까.
오히려 어정쩡하게 갈곳없는데 No예약손님을 받아줘서 감사하다고 느꼈을 정도다.

화로가 먹음직스러울 수가 있나?

본격 화로구이 먹자!


테이블마다 놓인 화로에서 이미 마음을 뺏긴지 오래다.
시뻘건 숯이 들어오고 얇은 그릴이 올려지고 나면 고기먹는 상상은 현실이 됩니다.
말은 이래도 소고기에 대한 조예같은건 전혀 없는데다가,
그저 꺼멓게 바짝 잘 익기만 하면 먹는사람이니까,
소고기가 부위별로 골고루 나오는 화로세트2인을 시켜본다.

기본 상차림


특별한 차림은 없고 양배추 샐러드와 명이나물, 백김치등이 나온다.
본인은 소고기를 먹을땐 야채없이 그냥 고기만 먹는편이라 사실 신경쓰지 않았다.

양배추 샐러드는 일식 돈까스에 곁들여 나오는 그것과 비슷.
새콤한 소스가 입맛을 돋구어주는게 은근히 자꾸 손이갔다.
양배추 샐러드 몇젓가락 집어먹고 있자니 드디어 소고기 세트가 나왔다.

고기부위 표시해주는 센스 너무 좋다
야채꼬지와 소세지도 올려져 있다.


이것이 화로세트 2인용.
부채살, 살치살, 갈비살, 차돌박이 이렇게 4종류다.
부채살이 스테이크처럼 두툼하다.
첨에 등심인줄 알았는데 등심과 부채살은 다른거더라.
이정도로 소고기를 모르는 사람임...
아마 저렇게 표시해주지 않았으면 뭔지도 모르고 그냥 익었으니 먹자 였을것.

양파, 파프리카, 브로콜리가 꽂힌 야채꼬지가 하나, 기다란 소세지도 하나.
참고로 이 소세지는 매우 맛있다.
술 제대로 한잔 하면서 먹는다고 하면 계속 추가해먹고 싶은 맛이다.

앗 초밥구성을 깜빡했다.
2인세트에 포함된 2개의 초밥


이 화로세트 2인에는 초밥이 딸려나온다.
소고기 살짝 위에 올려 소고기초밥 해먹을 수 있도록 초밥모양 밥이 두덩이 나온다.
우리는 이 밥덩이를 쪼개서 숟가락에 올려서 고기랑 함께 아이의 입속으로...
밥은 새콤한 초밥맛이었겠지...?
아이가 너무 잘먹어서 맛도 못본 1인임...
아 참고로 저는 초밥을 못먹습니다.

고기는 남이 구워주는게 맛있지!

첫주문은 직접 구워주신다


처음 시킨 부위는 직접 구워주시는듯 하다.
구워 주시면서 간단하게 이렇게 드셔보라는 설명도 해주신다.
맛있게 구워주셨지만 안타깝게도 베리웰던으로 고기를 먹는 본인의 저렴한 입맛은 사장님에 친절에 부응할 수 없었다.

구워주는데 가면 소고기 바짝 익혀먹는다는 말을 하는게 점점 못나보이는것 같은 나이대의 얼굴이 되어간다.
그나이 먹도록 소고기 먹을줄 모르나...?
같은 표정을 여러번 마주했는데 제발 어줍잖은 제 고기취향을 좀 존중해달라는....

부채살이 맛있게 익어갑니다



차돌박이->부채살->살치살->갈비살의 순서로 먹었는데
일단 차돌박이는 원래 안좋아하기 때문에 빼고, 부위 하나씩 먹을때 마다 계속 감탄이다.
"와~ 이거 진짜 맛있다. 세트 다 먹고 이 부위 추가로 먹자."
라고 한게 부채->살치->갈비 순으로 무한반복.
그러니까 전부 추가주문 하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는 얘기.

돼지고기도 시켜볼까?


아주 소고기를 부위별로 하나씩 다 추가주문해서 먹을기세였는데 급 노선변경.
소고기도 질긴것 하나 없이 살살 녹던데 돼지고기도 그럴려나?
맛도 모르는 어린애 입맛 주제에 갑자기 미식가 모드다.

이베리코 인증서가 벽에 붙어있었다


이베리코라 하니 그냥 맛잇을것 같았나보다.
'맛있다 더먹자' 아니면 '맛없다 다시는 오지말자' 정도의 단순한 평가가 최선인 입맛이지만.

연남화로에서는 이베리코를 꽃목살, 항정살, 등심 꽃살 이렇게 3종류를 파는데 항정살을 제외한 두가지를 시켜보았다.
혹여나 돼지고기라서 가마솥 뚜껑같은 기름빠지는 구멍있는 그런건가 싶었는데 아니다.
판만 새로 바꿔서 그대로 같은 그릴에 이베리코를 굽는다.

오 이베리코, 왼 소고기 갈비살



나는 사진찍을 생각도 못한채 입에 넣기 바빴고,
위 사진은 고기를 찍는 것보단 먹는 스킬이 뛰어난 분이 찍었다...
초점을 잃은채 앞에 덩그러니 놓인 갈비살은 마치 소의 옆모습 같다.

돼지고기가 좀 제대로 나온 사진이 없냐 하니 거기도 먹느라 바빴단다.
겁나 맛있는 이베리코 먹은 후기를 본격적으로 한번 얘기해볼려고 하니
이제 남은건 저 소의 옆모습처럼 아련하게 내 머리속에 남은 그 살살 녹던 고기의 식감만 기억날 뿐이다.

긴말이 필요없다.
연남화로에 가거들랑 소고기로 시작하여 돼지고기로 끝내라
창대하게 시작해서 창대하게 끝나는 만족스런 식사가 될 것이다.
소고기 돼지고기 둘다 꼭 먹어보시길.

술마시러 온게 아닌 3인가족...


남편은 운전을 해야하고 나는 술을 잘 못한다.
그런데 고기가 맛있다보니 술도없이 안주도 시키고 싶은 욕심이 든다.
"엄마 고기 맛있어 고기 더줘"
고기에너지로 발랄해진 아이 목소리에 연남안주는 다음번에 도전해 보기로 한다.

세심한 서비스는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 준다

사장님의 아이를 위한 깜짝선물



달달한 커플과 영한 친구들이 많이 모인 연남동에서 3인가족이 이렇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게 될줄은 몰랐다.
연남화로는 식사도 되지만 사실 술 한잔 하면서 먹기에 괜찮은 이자카야 분위기도 물씬난다.
공기밥 나오면 식사되는 식당으로 치는 기준.
그래도 이자카야 분위기인데 애델구와서 먹어도 되나...
하는 꼰대발상은 화로연기에 다 날려버렸다.

연남화로의 사장님은 무뚝뚝한줄 알았는데 사실은 멋쟁이다.
아이를 위한 푸들모양 풍선을 즉석에서 만들어 주었고,
나에게는 주류메뉴에도 없던 칵테일(카시스오렌지)을 만들어 주셔서 십수년전 일본에서 구워먹던 자그마한 1인용 야끼니꾸 화로를 회상하게 해주었다.
예정도 없이 찾아온 손님에게 세심한 서비스를 해주신 덕에 나는 단골도 아닌데 이만큼 글을 쓰고 있다.

이 아이는 여기에 태블릿펜을 놓고 귀가하게 됩니다.


나는 이곳이 첫번째 방문이지만 우리딸이 물건을 두고 오는 바람에 남편은 두번째 방문을 했다.
코시국으로 현재는 밤 10시까지 영업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 재우고 후딱 다녀온 것이다.
고기냄새만 살짝 코에 묻히고 돌아오는 길이 꽤나 서운하진 않았을지.
남편을 향한 위로라는 핑계로 다시 찾아갈 날을 계획해 본다.


http://kko.to/xoYJSW940

연남화로굼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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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ver.me/xv0LBz8T

연남화로 : 네이버

방문자리뷰 175 · ★4.63 · 매일 17:00 - 03:00, (라스트오더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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